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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관객들 앞에서 때려 부수기, 먹에 담근 자신의 머리로 화선지에 선을 긋고 <머리를 위한 선>이라는 제목을 붙이기, 관객의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내기 등.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쳤던 백남준의 행위는 예술계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백남준은 1985년에 있었던 ‘춤’지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예술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비디오 아트’라는 전자매체의 속성과 행위예술이 일맥상통하는 지점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한없이 가벼운 무중력의 예술이라는 점, 다른 한 편으로는 기존의 예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전위적인 예술이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시각예술과 춤, 음악, 연극의 경계지점에 서 있는 퍼포먼스는 이제 ‘장르 파괴’나 ‘혁신’이라는 꼬리표를 슬며시 떼어내고, 하나의 장르로 자연스레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도 ‘퍼포먼스’는 미술 전시회의 오프닝에 감초처럼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거나, 혹은 정치적 시위나 상업적 광고의 수단으로 이용될 뿐, 예술적 대상으로서 조망될 수 있는 지점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백남준 아트센터 개관기념 페스티벌의 퍼포먼스 프로그램은 오늘날의 다양한 예술적 퍼포먼스의 스펙트럼을 조망하기 위한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이번 페스티벌에 소개될 각양각색의 퍼포먼스 들은 페스티벌을 장식하는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서 전시 공간에 개재된다. 한시적 해프닝으로 끝나는 퍼포먼스가 아닌, ‘전시되는 공연’으로서의 퍼포먼스인 것이다. 20여 개의 공연은 오프닝 행사의 기념으로 한꺼번에 열렸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12월까지 세 달간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공간을 드나들게 된다. 전시기간 내내 지속될 연극적인 설치작품부터 20분이나 1시간, 혹은 6시간 동안 지속되는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시간적 틀을 갖는 각각의 작품들이 한 데 어우러지게 된다. 때에 따라 매 번 이루어지는 독특한 조합이 일종의 느슨한 아상블라주(assemblage)를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느슨한 아상블라주란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 그리고 시간성을 내포하는 장소 (durational place)가 각각의 퍼포먼스들에 의해 생산되고 또한 재생산됨에 따라, 퍼포먼스들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던 종래의 회로와 이 퍼포먼스들이 삽입된 지금의 회로가 교차하게 되는 일시적 지점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회로의 노출은, 기존 전시의 실제적 배치에서 드러나는 고정성을 뒤흔들고, 어떻게 예술적 실천들이 전시의 작동 틀을 넘어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Staion 2의 퍼포먼스 프로그램은 기존의 관행적인 전시기획, 그리고 이러한 기획으로부터 실제적으로 구현된 전시공간이 갖는 경직성에 새로운 잠재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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